Canak 2025. 4. 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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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영>

 

 

 

어딘가 구멍이 나 있어서

자꾸 바람이 드나드는 걸까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바람이 나를 지나가는 건지

내가 바람을 지나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더 이상 손에 닿지 않는

말라버린 물 자국들은

나에게 자꾸만 돌을 던진다

그림자 하나 없는 이곳에

나는 무얼 하며 서있을까

 

끝없는 태양빛에 지쳐

들이마실 숨 조각 하나 없을 때

무영한 너의 그림자를 만났다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저 투명하고 영롱한

비어있는 페이지

내게 닿았다 멀어지는 빛 줄기는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림자 한 조각 쉬이 내어주지 않는

너의 무영한 흔적에 눈이 멀어

바람이 드나들던 길에는

한참 동안 비가 쏟아졌다

 

저 멀리가 또 눈부시다

눅눅하던 나는 아직 내 뒤에 숨어있지만

빈자리에는 아직 작은 호흡이 붙어 섰다

꺼지고 싶지 않아 너를 등진다

 

오늘도 바람이 나를 지나쳐가고

물이 자국이 되어가는 소리가 흐른다

 

 

 


 

 

 

수술실에서 쓰는 무영등은 모든 면이 밝아서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흔적이 없고, 확실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것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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