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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기록/독서 후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아름다움의 저주와 인간의 양면성

by Canak 2025. 3. 30.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하나의 거울 같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도리언 그레이를 보며 경악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일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도리언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그는 누구나 가질 법한 욕망과 두려움을 지닌 인간이다. 단지, 그가 선택한 길이 비극이었을 뿐이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1890년에 발표한 유일한 장편소설로, 당대에는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인간의 도덕성과 미에 대한 집착, 그리고 쾌락주의를 날카롭게 탐구하며, 빅토리아 시대 사회에 대한 도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초기에는 검열된 형태로 출간되었으나, 1891년 와일드는 몇몇 장면을 추가하고 서문을 더하여 개정판을 출간했다. 서문에서는 예술의 역할과 도덕성에 대한 그의 철학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 작품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이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서 출발한다. 도리언이 그림과 자신을 맞바꾼 순간, 그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노화에 대한 두려움, 시간이 흘러가며 사라지는 매력, 사람들의 시선이 변하는 것에 대한 공포. 사실, 이런 감정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들이다.

 

 

 

특히, 헨리 워튼 경의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다. 그는 도리언에게 미와 쾌락을 삶의 중심으로 삼으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도리언은 그 말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결국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도리언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그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늙지 않고, 언제나 매력적이며, 남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끝에는 공허함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자유’에 대한 통렬한 경고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도리언이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들이다. 거울처럼 그의 영혼을 담아내는 초상화는 점점 흉측해지고, 도리언은 그것을 감추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진정으로 숨길 수 있을까? 초상화를 보는 도리언의 심정은 마치 우리가 밤늦게 홀로 있을 때,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과도 같다. 외면하고 싶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단순한 도덕적 교훈을 전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아름다움과 타락, 자유와 구속, 그리고 인간 존재의 양면성에 대한 깊은 탐구다. 우리는 도리언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누린 자유와 미에 대한 갈망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작품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예술과 미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끝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읽어나가는 도중에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긴 했지만 좀 버티며 봤더니 의외로 끝에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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