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립(Flipped)은 내가 정말 여러 번 봤던 영화 중 하나다. 한 다섯 번쯤 봤나? 그만큼 다시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 시절의 감정들이 조용히 밀려온다. 순수한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지만, 어른이 돼서 보면 오히려 더 울컥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이야기는 주인공 줄리와 브라이스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같은 장면인데 서로 완전히 다르게 느끼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현실적이기도 해서 처음 볼 땐 웃음이 났다. 줄리는 자신만의 세계가 또렷한 아이고, 브라이스는 그 세계가 낯설고 조금은 부담스럽다. 처음엔 단순히 줄리가 짝사랑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 감정의 흐름이 어른들 연애보다도 더 섬세하게 그려져서 놀랐다.
줄리는 닭을 키우고 나무에 오르고, 그 모든 행동이 진심이고 자연스러운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던 브라이스가 점점 변화하는 과정이 진짜 감동이다. 마음이라는 게, 꼭 큰 사건이 있어야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 작은 행동, 사소한 말, 짧은 눈빛 하나에 천천히 마음이 기울어간다는 걸 너무 예쁘게 표현해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그 플라타너스 나무. 줄리에게 그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창 같은 거였는데, 그걸 없애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줄리의 모습이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그 장면에서 울컥했던 사람, 분명 나만은 아닐 거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마음속에 아련한 감정이 오래도록 남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순수할 수 있고, 또 얼마나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지, 그걸 아이들의 시선으로 차분히 보여주는 영화. 첫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아직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줄리와 브라이스를 보며 ‘이런 감정이구나’ 하고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작품이다.
음악도 너무 따뜻하고, 화면도 하나하나 감성적인 분위기로 가득해서 그냥 흐르듯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은 날, 혹은 마음이 살짝 지쳐 있는 날… 보기 좋은 영화라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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