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TV에서 우연히 봤던 영화 코어(The Core). 그때는 뭔가 진지한 듯 아닌 듯, 말도 안 되는데 또 묘하게 몰입되던 그 느낌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도 채널 돌리다가 나오면 그냥 틀어놓고 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킬링타임용 영화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줄거리는 간단하면서도 거대하다. 지구의 핵이 멈췄다. 그래서 이상기후, 새들이 떼죽음, 전자기기 마비… 전 세계가 대재앙의 초입에 놓인다. 그래서 주인공 일행이 특수 제작된 드릴(?) 같은 걸 타고 지구 중심부, 코어로 직접 들어가서 다시 핵을 ‘재부팅’(?)해야 한다는 미션을 수행한ㄷㅏ 두둥
아마겟돈이 하늘 위라면, 코어는 그 반대로 지구의 가장 깊은 속으로 향한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은 매우 비슷한 영화다. 하늘이냐 땅이냐 차이 정도. 결국 미션 성공/실패의 기로에서 인간들이 구르고 던지고 희생하면서 감동 주는 구조는 비슷하다.
근데 코어는 어딘가 더 B급 같고, 그래서 더 정이 간다. 과학적 정확성? 그런 건 없다. 뜨거운 용암을 뚫고 내려가면서도 긴장감은 끝까지 유지되고, 말도 안 되는 상황도 배우들의 진지한 표정 덕분에 그럴듯해 보인다. 특히, 지구 중심에서 핵을 다시 돌려야 한다는 설정은 어릴 때 나에겐 진짜 ‘우주보다 더 멋진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 다시 봐도 완벽한 영화는 아닌데, 이상하게 자꾸 보고 싶고 또 보면 재밌다. 그게 영화 '코어'의 매력. 컴퓨터 그래픽도 지금 보면 살짝 촌스럽긴 한데, 오히려 그 맛이 있다. 요즘 영화들이 너무 정교해서 그런지, 이런 B급 감성 있는 재난영화가 그리울 때가 있달까.
다시 봐도, 여전히 그 특유의 매력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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